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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 턱도 없는데 - 신춘몽

기사승인 2021.07.18  07: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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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 턱도 없는데

 

노인들의 공간을 홀대하는 일이, 어찌 어제오늘 만의 일이겠는가? 나는 언제부터 인가 노인과 젊은이를 별개로 구분하는 것에 거부 감이 들었다.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 말하면 안 되는 것인 가에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나 역시 노인 대열에 들어선 자격 지심 인지도 모를 일이다.

“서대문 아트 홀이 역사 뒤 안 길로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며, 아쉽게도 나는 서대문 아트 홀이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다만 노인 전용 극장이라는 커다란 활자에서 그곳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어 기사에 집중하였다. 1964년에 “화양극장으로 개관하였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는 tv 가 대중화되지 않은 관계로 극장 나드리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아마, 그때가 여고 봄 소풍날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오래돼서 영화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 학교는 소풍날이나 행사 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왔다. 그 이유가 학교를 지을 때, 내일이면 “용 이 되어 승천할 뱀을 죽였기 때문에 그 한 맺힌 뱀의 저주로 특별한 날에는 비를 뿌린다고 하는 “학교 괴담이 있다. 영락없이 그날에도 비는 내렸기에,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들은 화양극장으로 몰려갔다. 극장 측의 묵인으로 교복을 입은 채로 영화 감상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빨리 피하라는 다급한 지시가 내렸다. 친구들과 나는 화장실로 숨어들어 다시는 극장에 오지 않을 테니까 용서해 달라고 하늘에 기도하였다. 아마도 지금 신앙생활하면서 보다 더 절실하고 애절한 기도였을 것이다. 우리 학교는 극장 갔다 걸리면 15일 정학이었으니 어찌 두렵지 않았겠는가.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는지 무사할 수 있었지만, 아까운 소풍 특별 용돈을 극장 비로 쓰고, 구경도 못 한 채 빗물 젖은 김밥을 먹어야만 하였다.

그때는 물론 노인 전용 극장은 아니었지만 “화양 극장이라는 이름이 40년도 훨씬 지난 추억을 끌어다 주어 가슴이 뛰었다. 같은 이유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서대문 아트 홀에서 많은 어르신들은 나처럼 수 십 년 전의 추억을 만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그 추억을 빼앗겨 버린 텅 빈 가슴속을 무엇으로 채 울 수 있을까?

폐관된 것을 확인하고 망연 자실 한 표정이 응시한 곳은 과연 어디였을까? 사람은 젊어서는 추억을 만들며 살고 나이 들어가면서는 그 추억을 끄집어내며 살아간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젊은이들은 지난 시간을 묻으려고만 하는 것일까. 나 역시 40년 전, 50년 전에는 시간의 값을 홀대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며 옷깃을 여미고 있다. 많은 고고학자들이 지난 수 백 년, 수 천 년을 알기 위해 땀과 시간을 배려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흐릿해진 시선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빈 가슴속 같은 하늘을, 내일의 우리들도 응시하여야만 할지도 모른다. 600년을 끌어안은 고궁의 퇴색된 청기와 지붕을 보며, 수많은 삶의 이야기에 귀를 모으는 우리들의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노인도 젊은 이도 아닌 것 같은 나는 펜을 놓는다.

말하고 싶은 “펜이 또르르 굴러간다. “방지 턱 도 없는데,,,

 

 

 

중랑방송 webmaster@cnbc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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