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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2차 북미회담이 진전 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는 가운데 관심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쏠리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이 그 내용을 설명하면서 가까운 시일이란 ‘금년’을 의미한다고 했기 때문에 연말이 되자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의전과 경호에 대한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청와대도 분주해졌다. 국빈 맞을 때 이용하는 상춘재(常春齋) 보수 등 일련의 징후들도 김 위원장 답방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올해가 일생을 통해 가장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 될지 모른다. 그는 금년에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정치인이 되었다.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힌 것을 필두로 판문점 회담을 포함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등, 파격적이고 화려한 행보를 이어왔다. 만약 연말에 서울 답방을 하게 된다면 대내외적 권위를 높이고 다시 한 번 세계 언론에 주목 받는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은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군부세력의 반대나 남한의 강경세력까지도 설득하고 포용하는 통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 방문 일정이 금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북한 지도자가 약속을 지키는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북한의 지도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작은 약속의 파기는 차치하고 정상외교만 보더라도 1994년 7월 25일~27일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7월 9일 김일성 주석의 급서(急逝)로 인해 기대했던 정상회담이 취소되고 말았다. 물론 사망으로 인한 불기피한 일이었지만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 2000년 6.15공동선언문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명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약속도 김 위원장이 타계할 때까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9.19 평양 남북공동합의문 6항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뚜렷이 명기되어 있다. 이번에도 답방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무엇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그러기에 김 위원장은 반드시 서울에 와야 한다. 방남 성과를 논하기 전에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도리다 이는 또 남북화해와 새로운 역사의 진전을 의미하게 된다.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 쇄신과 선대의 약속 불이행 오명까지 씻어내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호기가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게 되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한을 방문하는 북한 최고 지도자가 된다. 그 동안 남측에서는 3명의 대통령의 3번의 평양 방문이 있었다. 이 같은 불균형 또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외교 관례상 정상이라 할 수 없는 매우 어색한 행보였다. 당연히 남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답방에 남북정부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경호와 의전문제일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무산된 것도 경호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의전 또한 지난 9월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보여준 평양시민들의 환대는 대단했다. 자발적이건 인위적이건 분에 넘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과는 체제가 다르다. 김 위원장이 유념해야 할 것은 방한 중 같은 눈높이의 환대나 의전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 본인의 말처럼 방한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세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와야 한다. 이 모든 문제가 홍역처럼 언제라도 한 번은 치러야 할 과정이다. 따라서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주저하지 말고 결행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방문이 될 것이다. 남북 평화의 분위기 조성은 물론 비핵화 의지를 보여줌으로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미회담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지난 5월 26일에도 ‘판문점 번개회담’으로 불리는 남북정상회담 후 삐걱거리던 북미정상회담을 살려낸 적이 있다. 이번에도 한미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의 간격을 좁혀 비핵화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를 얻는 기회를 만든다면 의외의 큰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또 이번 답방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예정되어 있는 북미회담은 물론 북‧중, 북‧러 정상회담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답방 시 경호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통제로 남한의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 또한 답방기간 중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참모습을 학습하는 기회로 삼아 되도록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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