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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도장, 통장을 챙겨 들고 주민센터로 향했다.
51년생인 나는 66세, 만으로 65살이 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65살이 되더라도 “지공 표,라던가 나잇값으로 주는 연금을 사양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라에 별 도움도 주지 못한 가난한 백성이라서 염치가 없기도 하고, 연금을 받게 되면 나이 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대통령의 공약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아직은 내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딸이 밥은 먹여 주니까 배부른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이 나이에 엉덩이 하나 들어놓을 집 한 칸 없이 셋방 신세라고는 해도 별로 불편하거나 부끄럽지는 않다.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필요 없는 욕심은 부리지 않고 살고 있는 나의 변명 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새해가 밝아 오면서 새삼스럽게도 내 나이에 관심을 갖게 되여, 시도 때도 없이 동사무소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만 나이로 65세가 되고 나니, 무심히 흘려 버렸던 대통령의 약속이 시도 때도 없이 유혹하더니, 오늘 드디어 주민증을 찾아 들고 동사무소를 찾아간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센터에 들어서니 가슴속이 울렁거렸다. 누구에게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를 몰라 두리 번 거리고 있는데
“ 어르신 뭘 도와드릴까요? 하며 약간 넉넉한 여 직원이 다가왔다.
“ 헐~ 어르신이란다. 나를 보고,,,
“네~,,, 내가 51년생 인대요, 그~어~거~ 연금 신청하려면,,,,
사실 나는 노령 연금인지, 국민연금인지 ,,, 그것도 잘 몰랐지만 가슴이 뛰어서 말끝을 흐려야 했다.
다행스럽게 몸은 멀쩡하지만, 나잇값으로 주겠다는 돈이 탐 나서 센터를 찾아 든 것이 염치없고 쑥스러웠다
어느 날, 작지만 집까지 있는 이웃에 사는 부부가, 다달이 36만을 받는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지 않았었는데, 66살이 되자마자 주민센터를 찾아 간 내가 이중인격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어느새 직원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직원의 설명에 귀를 모으고 있었다.
“어르신, 어르신은 3월 생이시니까 생일 한 달 전에 신청하시면 되니까 명절 지나고 오시면 됩니다.”
“집 있으세요? “아니요, 세입자 인대요”.
“그러시면 집 계약서에 확정 일자 받은 것 하고요, 주민증, 통장, 도장을 갖고 오세요. “
나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여 직원은 내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서인지 친절하게 준비물을 메모해 주었다.
메모를 받아 들고 센터를 나오는데 이유 모를 눈물이 나서 먼 하늘을 바라봤다.
30여 년 전 유산으로 받은 돈을 모두 없애고 남에 집 셋방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흘렸던 눈물과, 조금은 다른 느낌의 슬픔이었다.
생일 한 달 전에 신청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설 명절이 지나고 나서 서류를 갖춰 들고 다시 와야겠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어 한다고 했던가?
내 머릿속의 양심 없는 세포들이 속삭였다.
“이,,, 새내기 어르신아,
지 공 표” (지하철 공짜표) 도 해 달라고 해야지,,,?
65살의 나는 3월부터 어르신으로 “시작한다며, 나라에서 새로운 삶의 시작 축하금을 준다고 하는데 첫 달에 받는 돈으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첫 월급으로는 어머니 빨강 내복을 사 드린다고 했는데?
엄마의 첫 노령 연금으로는 65살까지 잘 보살펴 준 딸에게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선물하면 어떨까?
집에 돌아와 메모를 살피고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 주인과는 한 지붕 아래 살고는 있지만 왕래가 별로 없어서 가끔씩 계단에서 마주치는 형편이다. 내 전화에 주인은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연금을 신청하려는데 확정일자 받은 집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꽤 길게 늘어놨다.
우리는 이 집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그동안 몇 번 집세를 올려 주었지만 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아서 없었다.
주인은 알았다며 지금은 장례식장에 있기에 다음 주에 집에 가면 써 주겠다고 했다.
오늘 저녁이 아니고 다음 주에 써 준다는 대답이 이상해서 누가 돌아가셨느냐고 물었더니 한집에 살고 계셨던 시 아버지라고 했다.
우리가 2층이고 주인집이 3층인데 오늘 아침에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으로 모셔 갔다는 소리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바로 내 머리 위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나는 몰랐단 말 인가.?
고령 이 시기는 하지만 손수 양치를 하시다가 뒤로 넘어져 아침 8시쯤에 병원으로 모셔갔다는 설명인데 나는 그 시간에 드라마 보느라고 전혀 몰랐었다.
3층에서 쓰러지신 할아버지를 업고 내려왔으면 소란스럽기도 했을 태고, 더구나 응급차하고 경찰차까지 왔었다는데, 나 자신의 무관심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오늘은 이런저런 한 일로 우울하다.
나잇값에 침을 삼키는 나 자신이 염치없고, 얼마나 무심하면, 팔을 뻗으면 닫을 듯한 거리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지는 것도 모르고 사는 내가 아주 많이 한심하다.
조의금으로 얼마를 넣을까를 생각하며 빈 봉투 찾기에 부산을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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