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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잡고 만화방' 신춘몽님 글

기사승인 2023.05.30  08: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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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라마에 빠져 살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만화책을 만나게

되면서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5~60년 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많은 상처와

가난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

어른들은 먹거리를 위해 집을 비웠고 아이들은 고무줄놀이와, 땅따먹기,

소꿉놀이, 줄넘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티브이나 게임기는 물론 없었고 어찌해서

손에 들어온 동화책은 특수 계층만의 누릴 수 있던 호사였다

운이 좋아 어쩌다 동전 하나가 생기면 나는 골목 어귀에 있던

통장 아저씨 내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사각 유리로 된 만화방 창에는 검은 고무줄로 만화책을 밖에서도

잘 보이게 세워 놨다.

그때 만화가 님들은 ”상 중 하로 나눠 우리들을

중독 시키고 기다리게 만들었기에 상권을 보고 난 후에 “중 권이

언제 나오려나 기다려져서 만화방 참새가 되었었다.

나는 만화책 중에서도 선녀 머리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층층 레이스로 넓은 드레스를 입은 공주님이 나오는 ”

“이범기님의 만화가 제일 좋았다.

”공주 만화가인 이 작가님 이름을 반백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증명되지 않을까?

그 만화책 제목은 잊었지만

상권은 이미 보았고 중“권을 기다렸던 날 드디어 새 책 냄새가

골목까지 날 듯한 ”공주 만화가 창문에 서 있었다.

그것도 지난번 “상 권에서 보다 머리 장식과 드레스 넓이가

화려해진 표지 모습으로 빛을 내뿜고 있으니 어떻게 참을 수가 있었을까.

무릎이 튀어나온 골댄바지 주머니를 뒤져봐도 동전은커녕

먼지 한 톨 잡히지 않고 내 가슴은 온통 공주님에게 가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집에 돌아와 새우처럼 웅크리고 누워 있을 때

고무줄놀이하자며 “길순이가 불렀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아~라,,,

내가 소리를 듣고 나오기를 유혹하는 고무줄놀이의 주제가를

평소보다 더 크게 불러댔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장 슬프고 불행하게 누워 있던 내 눈에

”3단 서랍장 위에 빨강 돼지가 보였다.

장사를 하셨던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시면

주머니 속에 있는 동전을 꺼내 돼지밥을 주셨다.

내 머리통만 한 빨강 돼지는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비만 돼지가 되었다.

아버지가 그 돼지를 잡는 날은 엄마의 생일날이었다.

우리 엄마는 황금을 돌 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님의 말씀에 역행이라도 하듯

”황금을 너무 좋아하셨다.

빨강 돼지가 생을 다 하는 날이면 엄마의 보석함 속에는

새로운 물건이 더해갔다.

내 아버지는 딸 바보이기도 했지만 지주 집안 고명딸이

가난한 아버지하고 결혼해서 고생시키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아내 바보기도 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애틋한 사명을 품고 있던 빨강 돼지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은

오로지 공주 만화책“ 때문이었다..

나는 웅크리고 누웠던 몸을 풀어 칼을 찾아 들고 돼지 앞에 가서

외과수술을 시작했다.

흉터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숨을 몰아쉬며 손가락에 기를 모아

노련한 의사를 자처했다.

돼지의 등 부분 척추 입구를 살짝,, 아주 사~알~짝 도려내고

거꾸로 들고 흔들었더니 고통이 심했던지 동전 두 개를 토해냈다.

동전 하나만 해도 공주 만화와 다른 만화 두어 권은 볼 수 있었지만

어차피 나온 것이니까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욕심에

두 개를 다 주머니에 넣고 만홧가게로 달려갔다.

돼지에 상처가 나지 않아서 완전 범죄를 자축하며 공주님 만화는 물론

몇 권을 더 보고 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왠지 싸~한 공기가 느껴졌다.

예나 지금이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지 참으로 이상하다.

내 아버지는 딸을 사랑해서 인지 아니면 딸의 건강이 부실해서 였는지

성적표에 ”수 우“는 보이지 않고 미, 양, 가 만 있어도

한번 한숨을 쉬시고는 ”수고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안 되겠니 하셨었는데

그날 돼지 척추수술하고 도둑 사건으로 추운 겨울밤 내복만 입은 채로

대문 밖으로 쫓겨 내 벌을 세우셨다.

돼지 살점을 긁어낸 흔적을 잘 치우지 않아서 엄마에게 꼬리가 밟혔는데

그 사실에 “내부 고발자가 되었던 것이었다.

오래전에 부엌 찬장 속에서 동전 하나를 몰래 꺼내서 만화책 보고

엄청 혼내셨는데 슬쩍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겠다는

엄마의 훈육이었던 것 같다.

국민학생이었지만 키가 커서 버스 탈 때면 어린이 버스비를 내는 엄마하고

차장 언니하고 다퉜는데 그렇게 커다란 내가

내복 바람으로 밖에서 벌을 서고 있으니 창피해서 추운 줄도 몰랐다.

그런 슬픈 상황이었는데, 몸가짐이 자유로웠던 동회장 집 큰딸이

내가 내복 바람으로 벌 서는 이유는 궁금해하지 않고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한마디 했다.

”예, 야 네가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신성일보다 잘났겠다. 아깝다.

알고 보니 그 언니도 나처럼 쫓겨나서 문 앞에 앉아 있던 거였다.

그 언니 나이가 아마 20살 전후였던 것 같은데 남자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동회장인 아버지가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내 쫓으셨던 거였다,

그 언니는 머리카락이 잘려진 후에도 보자기를 쓰고 남자를 만나러

다닌다는 동내에 소문이 자자했다.

”60여 년이 지났는데도 만화책과 빨강 돼지와 함께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바람피우러 다녔다는

소문의 1순위가 되었던 언니까지 생각나서

참으로 행복한 추억 여행을 한 것 같다..

고무줄놀이를 하자며 골목이 떠나가게 불러댔던 길순이는

여고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어 독일에 갔다고 해서

유난히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데 하며 안쓰러웠다

언젠가 티브이에 “파독 간호사들 특별 방송을 하기에 ”길순이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만화방 추억을 되새기다 보니 어린 그날들이 눈물 나게 그립다.

아버지는 빨강 돼지를 훼손하고 동전 두 개를 잃은 것에 화가 나셨던 게 아니고

내 것이 아닌 것에 탐을 내는 딸이 걱정돼

그런 엄한 벌을 내리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70년을 더 살아오면서 남에 것은 부러워하거나

탐을 내지 않고 내 것을 빼앗기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데,

세상사 까다로운 내 딸은 이런 성격의 엄마를 무능하다고 한다.

길순이도, 고무줄놀이도, 머리카락 잘린 이웃집 언니도 없이

나에게 남은 시간에는 어떤 추억이, 얼마만큼이나

모여질까?

어제부터 내린 ”비가 무엇이 그렇게 심술이 났는지 천둥까지 끌고 와

이유 모를 분노를 퍼붓고 있다.

나는 펜을 놓고 티브이 볼륨을 높였다.



중랑방송 webmaster@cnbc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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